. 일상

1.
 브런치는 쓰기 어렵다. 블로그를 옮기기 위해 가입했었지만,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애초에 브런치를 탐냈던 이유는 미디엄처럼 글쓰기에 최적화된 깔끔한 플랫폼이기 때문이었는데, 브런치는 그런 기능상의 차별화에서 멈추지 않고 일종의 '작가'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신청을 받아 운영진이 선별한 사람들만 글을 '발행'하여 공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고선 브런치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모든 글에 대한 타임라인을 '브런치 나우'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데, 어떤 글이든 발행하여 공개하면 무조건 이 자체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선별된 사람들만 글을 쓰다보니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원래 여러 경로로 글을 쓰던 사람들도 많아서, 진짜 '작가'처럼 특정 주제를 잡고 연재하는 사람들이 반 정도 되는 것 같고, 나머지 절반도 일상 이야기를 뛰어난 필력으로 맛깔나게 풀어내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에 써왔던 것처럼 건조한 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만약 별 주제 없이 오늘 있었던 일을 쓰려거든 마치 싸이월드 쓰듯이 시적으로(?) 써야 타임라인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고 앉아 있자니 눈치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당당하지 못해 자신감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놓고 나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작가로 선정되고도 쉽사리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은근히 꽤 되는 듯 한 것이, 브런치에서 당장 '브런치'로 검색을 해보면 무슨 글을 써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채운 글들이 쉽게 발견된다. 즉, 타임라인에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는 싶은데, 고정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변잡기를 건조하게 주절거리자니 주옥 같은 글들 속에서 미운 오리 새끼 같고, 그렇다고 싸이월드처럼 쓰자니 오글거리고 막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일단 결국 이글루스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브런치, 어렵다.

2.
 원서접수를 마쳤다.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를 사흘만에 날림으로 썼다. 유학 준비할 때 두 달을 거의 내내 SOP만 쓰던 것에 비하면 정말 날림도 이런 날림이 없지만, 모국어로 쓰는 것, 회사 경력 덕분에 유학 준비 시절에 비해 쓸 내용이 많은 것, 그리고 자유 형식이 아니라 항목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 정도가 이런 날림이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나의 성격과 장단점을 적는 부분에서 잠시 막히기도 했지만 평소 생각을 잘 적어 넣은 것 같고,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하는 회사 경력과 국내외 특허 목록을 좀 신경 썼다. 역시 주절주절보단 나열식 스펙인가 ㅡㅡ;;
 그리고 6과목 중 1,2,3순위를 정해 치르는 구술고사 준비는 전자기 하나에 올인하기로 하고, 구술고사인만큼 세세한 계산보다는 개념을 정확히 아는지, 문제 풀이 방향을 아는지 정도만 따질거라 생각하고, 단기간에 대비할 수 있게 파인만 2권을 한글판으로 사와서 읽고 있다. 와 그런데 전자기 초반이 참 구성지고 재미나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인사이트를 느끼며 전자기 공부를 했었을까, 아니면 그저 문제 풀이 기계처럼 적분만 하고 있었을까. 그 때 파인만을 읽었더라면 혹시 물리가 더 재미있었진 않았을까 싶은 정도였다. (물론, 어릴 때 피아노 학원처럼 뒤늦게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ㅡㅡ) 시험 보고 나서도 틈틈이 읽고 1권도 마저 읽고 3권도 사서 읽어야지 싶다.
 그래도 물리과 대학원이 아니라 전자과 대학원이니까 전자기1 범위 정도(magnetostatics까지)만 보고, 그 중에서도 또 matter는 신경써서 안 봤는데... 기출문제를 보니 범위는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은데 matter 쪽이 단골로 나온다. 사실 학과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출문제는 2011년까지밖에 없고, 아마 그 이후에 구술로 바뀐 모양이라, 필기시험의 기출문제이긴 하다. 그래도 어차피 같은 문제를 구술에서 내도 풀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할테니, 약간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부장님한테 잘 얘기해서 되도록이면 칼퇴하고 집에 와서 틈틈이 공부해야겠다.

덧글

  • zephyrs 2015/10/20 23:40 # 답글

    찾아뵈었던 교수님 랩에서 받아주기로는 확정된거야?
  • 김대땅 2015/10/21 13:01 #

    확정... 세상에 확정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오라고는 하셨어. 다만 그거랑은 별개로 시험은 잘 봐야겠지.
  • zephyrs 2015/10/22 02:55 #

    오 축하한다. 이제 다시 학생으로 (잠시) 돌아가는구나 ㅋㅋ
  • 김대땅 2015/10/22 19:36 #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내일 시험이다... 실로 오랜만에.
  • zephyrs 2015/10/23 07:09 #

    화이팅이야. 난 11월초에 잠시 한국 들어갈것 같다. 시간나면 얼굴 까먹지 않게 한번 보자구.
  • 김대땅 2015/10/23 10:11 #

    11월이라! 귀인이 온다던 달이로군. ㅋㅋ 꼭 보자 고기 먹자.
  • Lucypel 2015/10/23 17:53 # 답글

    벌써 가시면 어떡합니까 책임님 엉엉 ㅠㅠ
  • 김대땅 2015/10/25 23:00 #

    ㅋㅋ 그쪽 파트는 내가 도와줄수 있는게 딱히 많지 않을 것 같기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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